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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조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재협 씨는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에게는 항상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외로웠던 소년이 기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예고에 진학에 가수를 꿈꾸었는데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전문대 공대를 진학하고 제철 회사 생산직 직원이 되었습니다.
스물다섯 살에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진 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알아주는 대형 슈퍼마켓 셋째 딸이었습니다. 좋안 가정에서 사랑 받으며 자란 한진 씨. 재협 씨는 그런 한진 씨의 예쁜 외모에 그녀의 화목한 가정환경에 반했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아기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재협 씨는 친구들 마저 끊고 일과 육아에만 전념했습니다. 어느 날, 아내 한진 씨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는 것을 제안했고 그렇게 남편 재협 씨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가수의 꿈을 다시 꾸었습니다. 밤새 근무를 하고 아내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 연습을 하는 재협 씨,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해서 가요제에 지원하는데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2010년 11월에 첫째 원희가 태어났고 세상에 온전한 자기 편이 한 명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았던 재협 씨, 외롭게 자란 남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 그렇게 부부는 사랑의 결실을 계속 맺어 5남매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첫째 원희는 맏이 답게 가장 의젓하고 둘째 동건이는 말수가 적지만 속이 깊고 셋째 태현이는 큰 덩치에 눈물이 많은 울보, 넷째 현준이는 축구선수가 꿈이고 막내 사랑이는 이름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싱크대 수전에 세탁기, 텔레비전 등 집안에는 온통 고장 난 것투성이고 대식가 아이들은 쌀 20kg도 3주면 사라지고 맙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각종 학원비는 늘어나고 마음만큼 못 해주는 부부의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재협 씨의 애창곡 중에는 “사모곡”이 있는데 이 노래를 부르면 항상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살았던 아머니 그리고 키워주신 할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11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서 자란 재협 씨, 어린 시절 항상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재협 씨에게 유일한 행복은 가끔씩 보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는 재혼 얘기를 했고 단칼에 안된다고 반대했던 재협 씨는 엄마마저 재혼해서 자신을 영영 떠날까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 5남매의 아빠기 되면서 비로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혼자 살아온 어머니의 외로움을 알게 된 것입니다. 5년 전,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재혼 이야기를 꺼내 어머니, 재협 씨는 흔쾌하게 찬성하고 지지해 드렸습니다. 그렇게 재협 씨에게는 또 한 분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생겼습니다.
새 아버지에게 스스럼없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재협 씨, 한진 씨는 새로 생긴 시누이에게 직접 반찬을 해다 주기도 하고 새로운 가족이 늘어서 행복하다는 부부. 울보 재협 씨는 최근 웃는 날이 많아졌습니다.